시간기록장/2008

비누 사진찍기 비하인드 스토리

corason 2008. 7. 12. 19:20
요즘은 사진 잘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카메라 보급율이 높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이 발달한데 그 원인이 작지 않습니다.
너도나도 쉽게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수 있다 보니 쉽게 생기고 또 쉽게 사라집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일만한 "비쥬얼"이 아니라면 상품이 좋고 나쁘고에 따라  매출에 상당한 차이가 있게 되고 그로인해 쇼핑몰의 존폐가 결정되게 되는것입니다.(물론 입소문이라는것도 있지만  홍보와 기간이 필요하지 않으면 힘듭니다.)

예전에는 누끼(배경이 깔끔하게 지워져 제품만 보이는) 촬영을 선호했는데 제품 사진도 트랜드가 있는지 요즘은 누끼 촬영된 제품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소품과 배경, 사진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 특수를 겨냥한 반바지를 인터넷 쇼핑몰에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같은 상품이라도 사진을 잘 찍은 상품의 경우  단일상품을 몇천장 몇만장 까지 팔수가 있는것입니다. 그러므로 비용이 좀 들더라도 전문 스튜디오에 전문 모델, 전문 사진기사가 찍은 훌륭한 사진들을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핸드메이드 관련 제품들은 "손으로 직접 만든" , "흔하지 않은" 혹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이라는 문구를 종종 쓰듯이 한가지 상품을 많은 양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심지어는 한개만 만드는 경우도 많구요.
그러므로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가능하면 개인이 소화하는 선에서 밖에 할수가 없는것입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공간이 있다면...그리고 각종 제품을 돋보이게 거들어줄 소품들이 많지 않다면 참으로 심심한 사진이 될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어떨때에는 허접하다고 느낄 정도로...ㅡ0ㅡ
혹자는...
특별한 소품없이 구도나 색감, 빛이 들어오는 각도만 잘 조절해도 좋은 사진을 찍을수 있다 라고 합니다.
하지만 pato는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pato가 찍는 비누 사진의 경우,
집에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소품...당연히 없습니다.
더군다나 사진은 주로 밤에 찍습니다. ㅠ_ㅠ
고루고루 힘든 삼박자가 들어맞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찍어야 겠기에...
사실 쇼핑몰에 올라갈 사진에 노력하기보다는 강좌에 올라갈 사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사진이 잘 찍혀 강좌가 올라간 경우에는 수강생분들도 많이 신청 하십니다.
정말 좋은 비누인데 사진이 좀 허접하면 별로 신청이 없습니다.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누의 경우 키워드는 '내츄럴' '빈티지' '자연' '단순깔끔' '늘 곁에 있는'  ...등등이 있겠습니다.
이번에 (물론 마감기일을 넘겨 버렸지만)부랴부랴 찍게 된 비누사진의 경우는 특히나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비누인데도 불구하고 카메라 말고는 아무것도 준비된것이 없는것입니다.

그래서 밤에 집에 있는 모든것들을 동원하여 아이디어를 짠 결과....
이런 사진을 제출하게 되었습니다.(새벽 2시에 형광등도 없이 스탠드 등 하나만으로 찍은것입니다. 리터칭, 색보정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비누색이 내츄럴 베이지이다 보니 깔끔한 녹색과 마재질의 천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마침 린넨 쪼가리 얻어 놓은것이 꾸깃하게 비닐봉다리에 들어 있는것을 발견하고 열심히 다림질 하여 준비해 놓고, 체크무늬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하여 갈색사인펜으로 천에 격자를 그려 넣었습니다.
왼쪽 중간에 잘보면... (25cm자로 그리다 보니) 그리다만 선이라는 것을 알수 있을정도로 여백이 있습니다. 프레임 안에 안들어올줄 알고 길게 안그렸는데....이럴때에는 1.4F라는것이 고맙습니다. 하핫)

'창밖으로 들어오는 깔끔한 햇빛'이 필요했는데 ...이미 밤이었습니다.(밤이 아니어도...ㅠ_ㅠ)
설상가상으로 형광등이 다 됐는지 깜빡거려서 책상위 스텐드 조명만 켜진 상태....
그래서 페리군이 선물해준 이지바운스를 끼고 판때기를 거의 수평으로 젖혀 플래쉬를 벽면에 반사해 햇빛이 들어오는 느낌을 만들고...

그리고 '자연주의'가 컨셉일때 꼭 등장하는 여린 허브잎도 필요했는데 주로 애플민트라는 허브를 많이들 이용합니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집구석에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고..
조화 꽃이 몇개 있지만 너무 티가 많이 나고...
그래서 궁리하다가 옆집 화단에 심어 놓은 깻잎을 몇장 뜯어 왔습니다. 그 야밤에...(옆집 아줌마 죄송해요)
코딱지 만한 후레쉬를 들고 다 자란 깻잎과 막 올라온 깻잎을 후다닥 몇장 따다가 허브로 가장하여 그렇게..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가운데 비누위에  살포시 얹혀져 있는 여린 잎사귀는 깻잎의 새순이고요...
비누 뒤로 보이는 초록은 다자란 손바닥 만한 깻잎들입니다.(촬영이 끝나고 쌈싸먹었습니다.)




아..사진찍기 정말 힘들어용....
매달...이런일들을 반복하고 있숩니다!! 하하핫;;